수명연장 노후 핵발전소, 적극 반대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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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 노후 핵발전소, 적극 반대 ‘표현하기’

“더욱 안전하게 관리하겠습니다.”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핵발전소 관련 뇌물수수, 납품비리, 시험성적서 위조,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해온 말이다. 정부의 핵발전소에 대한 믿음은 말 그대로 ‘신앙’ 같다. 과학에 대한 신앙.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위험이 더욱 크고, 일상화 되어가고 있지만 이들은 과학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전 관리를 위한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핵발전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속적인 사용을 위한 안전관리보다 안전한 폐로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확실한 기술도, 경험도 없는 안전 폐로를 위한 노력이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 국내에는 설계수명이 끝난 두 개 핵발전소가 있다. 최고령인 77년생 고리 1호기는 이미 30년 설계수명이 끝나고 10년 수명연장을 해 7년째 가동하고 있다. 그리고 법정 수명연장심사기한인 18개월을 훌쩍 넘겨 5년째 심사 중인 82년생 월성 1호기가 있다. 이 두 핵발전소는 수명이 끝난 것 외에도 여러 공통점이 있다. 국내 최고 고장 등급인 2등급 사고가 나란히 발생했고 핵발전소 반경 30km 이내 거주자가 고리 1호기는 340만여 명, 월성 1호기는 109만여 명으로 주변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다.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단순히 10년을 더 사용한다는 것을 넘어,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국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명연장을 심사하기 위해 한수원이 제출해야 하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비공개이다. 핵발전소 소재 지역 주민들조차 수명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심사 전문가와 정부는 ‘우리가 안전성을 확인했으니 믿으라’고 일축해 버린다.

단지 ‘믿으라’는 한마디로 핵발전의 위험과 국민들의 공포를 불식시킬 수는 없다. ‘핵발전소 르네상스’였던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통해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국경도 없을뿐더러 ‘수습’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 어느 나라도 10만 년 동안 방사능을 내뿜는다는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면적 대비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한국은 핵발전 확대 정책만 펼칠 뿐 단 한 번의 핵발전소 폐쇄 경험도 없는 것이다.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대해 정부가 자발적으로 폐쇄 결정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지금 당장은 계속 운전하는 것이 더 이윤이기 때문이다. 당장 폐쇄할 기술이 없으니 수명 연장을 하면서 시간을 벌고 안전한 폐로와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다음 정권, 다음 세대에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다. 원천적으로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 되었는데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이 자꾸 미뤄지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지난 6월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모든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명 끝난 핵발전소 수명연장금지 법안 마련에 관한 입장 질의서’ 회신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288명 국회의원 가운데 답변을 보내 온 의원은 45명뿐이며,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은 0명이다. 이 숫자가 말해 주는 것은, 국민들이 뽑아준 국회의원들 가운데 핵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이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있어 핵발전에 대한 무관심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잠시 들끓지만, 정작 선거가 다가오면 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신규원전 유치 신청을 했으나 유치찬반 주민투표 실시결과 그 유치여부가 불투명해진 삼척시는 그러한 믿음을 깨는 아주 훌륭한 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되고, 이에 힘입어 오랜 시간 지역분열의 씨앗이었던 신규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투표율 68%, 유치 반대 85%라는 압도적인 ‘반대’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전히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라며 그 결과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의사에 반한, 96% 찬성이라는 엉터리 서명부라도 수용성을 확인했으니 이미 끝난 일이라고 우기는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법도 없는 핵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닐까? 지역 주민의 유치 반대 의사를 명확히 보여주는 삼척 시민들의 주민투표 결과는 지금까지와 같은 막무가내 핵발전소 계획과 부지선정, 건설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이는 지난 30여 년에 걸쳐 강행해 온 핵발전 정책으로 고통 받아 온 주민들이, 유권자로서 또렷한 의사를 전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지역구는 핵발전소가 없다’, ‘경제발전, 국익을 말해야 표를 준다’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유권자인 우리는 핵발전소가 정말 필요 없다고, 단계적으로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시하라는 목소리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당장은 6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폐쇄, 수명연장금지법 마련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해보자. ‘바이바이뉴크(byebyenuke.net)’ 누리방에서 진행하는 이 서명운동은 좀 색다르다. 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모든 국회의원들의 전자우편으로 당신의 목소리가 전달된다. 또한, 자신의 지역구 의원들과 그들의 질의서에 대한 응답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의원들에게 전화와 팩스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거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수명 끝난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혼자 하는 것이 외롭다면, 11월 15일에 고리 1호기가 있는 부산으로 가자. 수명 연장으로 7년째 가동하고 있는 고리 1호기를 즉각 폐쇄하라는 전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확인하고 정부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2017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핵발전 없는 안전한 세상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을 꾸준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개인 에스앤에스든, 항의 메일이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해보면 어떨까. 시간이 되면 11월 15일, 부산에서 부산시민들과 같이 고리원전 폐쇄를 외치는 일에도 함께 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글 김세영  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사진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