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 쌀 수입 전면자유화의 진실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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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 쌀 수입 전면자유화의 진실과 쟁점

- 마지막 남은 쌀마저 무너진다, 식량주권 심각한 위협

- 농민들과 협의하고, 국내법 절차 따라야

- 2014UN 가족농의 해, 쌀과 농업문제 대안 마련 시급


올해는 UN이 정한 가족농업의 해’(Family Farming)이다. 가족 단위 소농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정한 것이다. 유엔이 가족농을 강조하는 것은 농촌을 농촌답게 하자는 것이다. 기계와 화학약품과 석유에 의존하는 농사 방법으로는 농업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규모의 농장을 갖고 있지만 모두 초국적 기업이 운영한다. 식량을 생산해도 기업이 국제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라 농부들은 오히려 굶주린다. 초국적 대자본이 식량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려면 가족농과 소농이 농촌사회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도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농업정책은 가족농과 소농을 대농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꾸준히 (시장)개방화와 ()규모화, 기계화를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2014가족농업의 해에 한국 정부는 쌀 수입 전면 자유화를 발표하였다. 이에 녹색당은 한국 농업에 엄청난 충격을 줄 쌀 수입 전면 자유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1. 정부의 쌀 관세화 정책은 무엇인가요? 쌀 수입 전면자유화는 다른 말인가요?

지난 718, 농림수산식품부201511일부터 쌀 수입을 관세화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 20년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두 차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우리는 양곡관리법에 의해 허가되지 않는 쌀의 수입을 전면 불허하고 있다. 이렇게 양곡관리법을 유지하는 대신 매년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오고 있다.

정부는 의무수입물량이 408천 톤까지 늘어나 이제는 쌀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려면 WTO 설립협정에 근거해 일시 의무면제(waiver, 웨이버)’를 획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WTO 회원국(‘14년 현재 160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므로 의무수입물량이 증량될텐데 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쌀 관세화를 하게 되면, 관세만 내면 쌀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쌀 수입 전면자유화나 다름없다. 문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쌀 생산 기반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을 개방하면 쌀 생산 기반이 무너진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 8년째 쌀 목표가격을 동결하고 있다가 201380당 겨우 4000원 올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쌀 수입이 전면 자유화되면 농민들은 과연 계속 쌀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뚜렷한 대책도 없이 시장개방을 선포한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쌀 관세화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쌀을 먹고 사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쌀이 무너지면 농촌이 무너진다. 식량주권도 무너진다.

 

 

2.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의무수입물량(MMA)2배 이상 늘어나나요?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의무수입물량이 지금의 40만여 톤에서 두 배인 80만 톤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국제법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필리핀 사례를 들고 있지만 필리핀은 한국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필리핀의 의무수입물량은 80만 톤이지만 쌀이 부족해 연간 100만 톤을 수입하는 나라이다. 필요해서 수입하는 쌀의 양이 의무수입물량 내에 있는 나라와 쌀 재고가 쌓여있는 한국을 동급으로 둬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 논리대로라면 쌀 수입 전면자유화를 하면 의무수입물량 부담은 없어져하지만 현실에서는 쌀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더라도 기존의 의무수입물량은 그대로 수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의무수입물량을 그대로 수입하고, 덧붙여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 이미 일본보다 더 많은 비율의 의무수입량을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2015년부터 관세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쌀 수출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근거는 약하다.

 

 

3. 정부는 높은 관세를 매겨 수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쌀시장을 관세화 하면 정부가 쌀 수입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쌀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더라도, 높은 관세를 매겨서 수입이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쌀 관세율은 1986년부터 1988년 사이의 대표적인 쌀 국내 가격, 대표적인 쌀 국제 가격의 차액을 관세율로 계산하도록 산식이 정해져있다. 국회에서 맡긴 연구용역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510%의 관세를 매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정부가 어느 정도의 관세율을 매길 것인지에 대해 공개하지도 않고, 농민들과 협의도 안한다는 점이다. 정부 관료들은 300-500%를 얘기하다가 400%를 얘기하기도 한다. 현재 이야기되는 관세율의 범위가 낮은 편인데, 이런 자세로 높은 관세율을 밀어불일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마지막으로 높은 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일단 쌀관세화가 되면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협상이 진행된다. 앞으로 세계무역기구협상이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추기로 하는 협상이 진행되면, 쌀 관세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관세율 정책이 쌀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정책이 아닌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쌀 협상의 주요 당사국은 미국, 중국 등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관세율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답한다. 그러나 쌀 관세율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결정하고 행사하면 되는 문제이다. 다른 나라는 한국이 정한 관세율을 검증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한국정부가 갖는다. 따라서 이를 협상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부의 무지 또는 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4. 쌀 관세화를 9월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하나요?

정부는 9월말까지 WTO에 관세율(WTO 양허표 수정안)을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WTO 양허표 수정 절차법>을 보면 우리나라가 쌀 관세율을 정해 시행하고 나서 3개월 이내에 통보하면 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within three months after the action has been completed). 만약 내년 11일부터 쌀 수입을 전면자유화(관세화)한다면, 그 이후 3개월 내에만 통보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9월까지 통보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9월말까지 관세율을 통보해야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으며, 이것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시한일 뿐이다.

 

5. 그렇다면 정부는 왜 9월말 쌀 관세화통보를 주장하는 것일까요?

쌀 관세화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이다. 국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결정한대로 밀어붙이려는 태도이다. 현행 쌀 수입허가제는 양곡관리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쌀관세화를 시행하려면 양곡관리법을 관세법에 의한 쌀 수입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령인 세계무역기구협정 등에 의한 양허관세 규정을 개정해 쌀 양허세율을 공고해야 하며, 쌀을 수입하려면 허가를 받도록 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통합 공고(산업통상자원부 고시)’, 쌀 통관 요건으로 쌀 수입허가서 제출을 규정한 관세법 제 26조의 규정에 의한 세관장 확인물품 및 확인방법 지정 고시(관세청 고시)’ 등 국내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특히,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수입허가제 폐지 법안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40일간의 행정상 입법예고 절차 및 국민의 의견 제출권(행정절차법 제 4조 제 1)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쌀 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식으로 쌀 시장을 개방한 사례가 없다.

한국과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더 쉽다. 일본은 지난 1999년 관세화로 개방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필리핀은 최근에 타결된 쌀 협상을 통해 2017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는 선택을 했다. 일본과 필리핀은 쌀 개방에 관해 서로 다른 선택을 했지만 대화와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은 정부와 집권당, 농민단체(농협) 사이에 3자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쌀 개방의 방식 및 사후 쌀 대책 등에 긴밀하게 협의하였다. 이러한 협의과정을 통해 관세화 개방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정부가 최종적으로 발표하였다.

필리핀은 쌀 협상에 농민대표를 정식으로 참여시켜 협상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정부와 농민단체의 협의 하에 협상이 진행되었다. 협상에서 상대방 국가가 요구한 사항과 필리핀 정부의 대응방안 등도 공개하였고, 농민단체와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 국가와의 협상을 진행하였다. 최종적으로 쌀 협상의 결과에 대해서도 농민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처럼 일본과 필리핀은 적어도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농민들과 협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기 때문에 쌀 개방에 관한 최종적인 결정에 대해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성과는 거두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와 농민 사이의 소통은 없었다. 정부는 요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면개방 전면개방 입장을 관철시키려고만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협의과정 또한 형식적인 보고와 요식행위로만 진행되었고, 농민을 통보의 대상으로만 대하고 있다.

 

6. 쌀 관세화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지금처럼 의무수입물량을 받아들이면서 쌀 수입허가제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현재 전체 수입량의 10%에 해당하는 408천 톤을 수입하는 것도 과다하다는 논리를 통해 의무수입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수 있다.

그리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농업을 위해 쌀 수입 허가제와 관세화 둘 중에 어느 것이 유리한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쌀 수입개방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쌀 수입 허가제를 유지하려면, 의무수입물량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런지도 따져 봐야 한다.

 

7.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1) 정부가 일방적인 관세화 선언 일정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지난 717, 사회동향연구소가 전국 성인남녀 878명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부의 쌀 전면개방에 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동의를 구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국민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9.8%, ‘국민 동의를 충분히 구했다는 응답(18.7%)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쌀시장 전면개방에 대해서는 식량주권의 문제이므로 전면 개방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56.3%더 이상 피할 수 없으므로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응답(31.5%)보다 많았다. 이러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는 지금부터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2)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낮아도 너무 낮다.

199043.1%였던 곡물자급률은 201122.6%로 떨어졌다. 쌀을 빼면 5% 이하이다. OECD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데, 2011년에는 믿고 있던 쌀 자급률도 83%로 떨어졌다. 캐나다(180%), 프랑스(174%), 미국(125%), 독일(124%), 영국(101%)은 높은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식량생산을 위한 농지면적도 줄고 있다. 19702706ha였던 식량작물 재배 면적은 20101093ha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벼농사 재배지역 감소율이 가장 낮았지만 쌀 관세화 이후 이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쌀 수입개방은 쌀 생산 토대를 무너뜨리고, 농촌사회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쌀 대책, 농업 대책 없이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3) 쌀을 지키려면 먼저 정부가 9월말까지 양허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농민-국회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논의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쌀 대책, 농업 대책 없이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특히 농촌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청년귀농 활성화, 안정적인 농지확보, 우리 먹거리를 기반으로 하는 농업정책 수립 등을 논의해야 한다. 도시민들도 나서야 한다. 쌀이 무너지면 유전자조작식품(GMO)확대 등 먹거리 안정성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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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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