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원전 수명연장, 안전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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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사고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시스템과 자세 그리고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훈련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슴 아프게 깨달았다. 이런 사고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 바로 원전이다.

원전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원전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사고 대비책은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원전 선진국 일본에서도 원전 폭발, 우리는 그럴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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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호 1호기에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고 있는 모습. 연기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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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3월 11일 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자와 핵산업계,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은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한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바람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원전 가동 60년 역사가 보여준다.

1957년 영국의 윈즈스케일 원전 사고, 1978년 미국의 쓰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등 1954년 첫 원전이 가동된 이후 지난 60년간 6기의 원자로에서 노심용융(핵연료 녹아내림)과 폭발이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서방의 모든 국가, 일본과 우리나라 역시 자국의 원자로는 체르노빌과 노형이 다르기 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은 원전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원전 선진국인 일본에서 4기의 원전이 동시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전 설계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안전기술과 관련 규제가 어느 나라보다 까다로운 나라여서 우리나라도 일본의 제도와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런 과학기술 선진국, 안전 선진국에서 발생한 사고라서 더 충격적이었다. 원전사고는 노형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데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전 안전 신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다.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한다면 작은 위험 신호라도 중대하게 받아들여 당장 운전을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함 속에서 전력수급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방침만을 따른다면, 전력난이 발생했을 때 원전의 위험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원전 가동에서는 안전보다 전력수급이 가장 우선이다.

전력수급보다 중요한 게 원전 안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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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주제어실(M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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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또는 1년 반마다 한 번 있는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두 달이었던 것이 한 달로 줄었고 고장사고나 계획예방정비 후의 재가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의결 없이 현장 파견 직원이 판단하고 사후 보고한다. 안전보다 가동률 위주의 원전 가동 문제를 인식한 산업통상자원부(아래 산업부)는2013년 12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을 기존의 30일에서 35일로 겨우 5일 늘인 정도다.

원전 사고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전제 하에 원전 안전을 전력수급보다 항상 우선에 두어야 한다. 원전은 안전상의 이유로 불시에 정지할 수 있다. 원전이야말로 전력수급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사실을 전력수급 당국인 산업부는 인정해야 한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은 원전 설계 수명을 넘긴 것들로 30~40년짜리 들이었다. 수명을 넘겨서 가동을 이어갔기 때문에 사업자는 안전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었다. 관련 설비를 교체하고 안전장치를 추가하는 등 자체적인 정비를 해서 재가동에 들어갔다. 나아가 원전 중대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신형원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노후원전도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2005년에 제출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결과 후쿠시마 원전이 격납건물까지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방출될 확률은 1억년-원자로에 1회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했다.

아무리 과학적·기술적·공학적으로 안전을 증명해도 원전 사고는 발생한다. 그리고 오래된 원전, 특히 수명이 다한 원전일수록 사고 확률은 높아진다. 이 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60여년간 경제적인 이유와 안전상의 이유, 사고 등으로 폐쇄된 143기의 원전의 평균 가동 연수가 23인 것만 보아도 설계수명 30년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미 2007년과 2012년에 30년 가동 수명을 다한 고리원전 1호기와 월성원전 1호기가 있다.

참 쉬운 원전 수명연장, 안전 보장은요?

한국수력원자력(주)는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한 지 20년이 지나서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고 2008년 10년 수명연장을 신청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6년째 가동 중이다. 월성원전 1호기는 핵연료가 들어 있는 2009년 압력관을 교체하고 같은 해 12월 31일10년 수명연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사업자로서는 새로 부지를 확보해서 원전을 짓는 게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더 많이 드니 안전성이 떨어지더라도 수명이 다한 원전을 연장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원전 수명연장은 매우 쉬운 선택이었다. 수명연장의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는 시한은 수명만료 최소한 2년 전이어야 했다. 하지만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 당시, 법에서 고리원전 1호기만을 지칭해 예외조항을 만들었고 보고서는 1년 전에 제출되었다. 심사 1년 만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을 승인했는데 안전성 평가 보고서는 지금까지도 비공개다.

수명연장을 위해 어떤 부품과 기기를 어떻게 교체하고, 관련해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등을 일일이 기술한 보고서가 사전에 공개된 뒤, 공청회를 통해 수정된 후 수명연장 여부가 규제기관에 의해 결정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부품과 기기의 교체가 이루어지는 캐나다 등의 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업자가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경제성을 평가해서 기기를 교체하는 등 비용을 다 들인 뒤에야 보고서를 만들어 수명연장 승인을 요청한다. 공청회는커녕 관련 보고서와 심사 과정은 모두 비공개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압력관을 교체하면서 7천억 원의 비용을 들인 사업자는 2009년 당시 ‘수명연장을 위한 사전조치 아니냐’고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항의하자 ”안전성 향상을 위한 작업”이라고 변명했다. 비용을 들여 기기를 교체해 놓고 수명연장을 신청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후적으로 승인해 주는 절차 탓이다.

이에 대해 현재 한수원의 조석 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인 2012년 원자력계 행사에 참석해 “우리 원자력계 일하는 방식 있지 않습니까, 허가 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았습니까, 월성 1호기 연장하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면서 사업자의 관행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정작 당국은 수수방관했다.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안전성 평가 없이 규제기관과 사업자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심사하고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현재의 수명연장 절차는 목숨을 건 도박을 넘어서 미래를 건 도박이다. 원전사고는 사고 당시뿐만 아니라 향후 수백년간 오염된 땅을 쓸 수 없다. 나라의 운을 건 도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전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수명이 다한 원전은 가동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90346